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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이상02 2025. 9. 10. 22:57

어리고, 어리석은 사람.
나는 분명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최선은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 한 듯하고
결국 누님의 목숨은 나의 눈 앞에서 사그라들었다.

분명 알고 있다
다시 살아날거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목숨이 꺼져갈 때의
무능한 나의 팔으로는 그 누구도 감쌀 수 없었으며,
나약한 다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는 커녕
매일 밤 꾸는 악몽의 가짓수만 늘어났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무능한 어제를 죽이기 위해
나를 달련하려 이곳에 나아왔다.


달련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하지 않은 공기가 피부를 스친다.
내부로 들어가는 때의 나의 발걸음은
여느때와 같은 보폭과 속도를 지녔지만
어색한 공기 때문일지, 무게는 보다 무거워진 듯 했다.
열정적이고 뜨거운 공기는
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지폈지만,
직접적으로 몸을 움직이기엔
너무나도 나약한 사람이 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여느때와 같이 눈을 감고
마음속 깊은 곳에 우러나오는 진심을 다해 기도한다.
하나의 감각이 차단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목소리들과 생각들이 머리속을 가득 매운다.
아무것도 하지못한 무능한 어제의 내가 지르는 비명소리가,
이상과는 다르게 그 무엇 하나 지키지 못한 후회가,
익숙해질 순 없지만 익숙해지고 있던 악몽들이.

듣기 싫은 소리가 머리를 매울수록, 더욱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귀울여본다.

"(대충 이름 부르는 파트)"

내가 전심으로 지키고 싶은 이들의 이름을
나지막히 부르며 기도를 이어간다.

" 나약하고 어리석은 저를 벌하여 주세요.
용암 불에 담구 듯
저를 태워 주셔서 더욱 단단한 철이 될 수 있게해주세요.
그 무엇도 지키지 못한 손을 하늘에 올리며 간청합니다.
지키고 싶다는 이 마음이 닿는 곳까지
이 기도가 닿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